그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사라진다
투자를 강행하여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컨텐츠를 넘기는 힘들다. 쓰는 만큼 벌기 힘들다는 것이다.
생존전략이 변했다. 적자 개선한 웨이브·왓챠, 홀로 영업손실 증가한 티빙 지속 불가능한 ‘출혈경쟁’이 심해져 왔다. 사업 전략의 수정에 들어간 OTT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컨텐츠의 효율성을 찾기 시작했다.
OTT 기업들의 ‘출혈경쟁’ 전략이 변화했다. 매해 적자를 늘려왔던 웨이브·왓챠의 적자 폭이 줄었다. 시장 경쟁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줄고 ‘숨고르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 변경이지만 일각에선 경쟁을 포기한 ‘후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때 정답이라 여겨졌던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도 감소할 전망이다. OTT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효율 경영으로 선회한 웨이브·왓챠
매각도 염두해야 한다.
지난달 웨이브의 정기주주총회에 따르면 웨이브의 2023년 영업손실은 7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왓챠 역시 2022년 적자 555억 원에서 2023년 221억 원으로 약 60% 개선됐다. 두 기업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매년 적자폭이 늘었으나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다.
반면 티빙의 적자는 늘었다.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1191억 원에서 2023년 1420억 원으로 늘었다. 티빙은 웨이브, 왓챠와 달리 매출이 함께 증가한 점이 특징이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티빙은 적자 증가(19%)보다 매출액 증가(31%)의 폭이 더 크다. 웨이브와 왓챠는 각각 전년 대비 매출이 9%, 41% 줄었다.
오히려 적자 폭이 증가한 티빙에 ‘긍정적’, 적자 폭이 감소한 웨이브·왓챠에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티빙은 흑자 전환을 위한 마지막 적자 증가가 아닐까 싶다”며 “웨이브와 왓챠는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 투자를 줄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건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KBS 시청자서비스부)는 “웨이브는 자칫 잘못하면 자본잠식이 된다.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투자를 받을 수 없으니 (전략 수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희 연구위원은 “매각을 염두에 놓고 재무 상태를 개선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확실히 효율 경영 쪽으로 무게를 둔 것 같다. 연 단위는 어렵겠지만 월 단위로는 턴어라운드를 노린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결국 선택의 문제다. 2019~2020년 OTT 업계의 호황기는 지나갔다. (전략 선택이) 옳고 그름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수정하는 경향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누적 적자가 110억 달러에 달했던 디즈니플러스의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디즈니 소비자 직접 스트리밍(판매) 사업부는 지난해 말 1억38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손실 규모(약 1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디즈니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오는 6월 계정 공유 단속까지 예고했다.
이들에게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제는 답이 아니다.
살아야 한다. 업계 관심이 바뀌었다
영화, 드라마 등 OTT가 투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치솟는 제작비 상승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넷플릭스와 달리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OTT사업자들에게는 투자 대비 효율이 더욱 떨어진다.
웨이브는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연애남매’ 등 예능·교양 콘텐츠로 효과를 봤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오리지널 드라마는 지난해 ‘거래’와 ‘박하경 여행기’ 두 작품만 내놓았다.
티빙은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 온라인 독점 중계권 확보를 위해 3년간 총 1350억 원을 투자한다. 유건식 교수는 “(오리지널로 따지면) 티빙도 줄이고 있다. 대신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스포츠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희 연구위원은 “1년에 400억 원 정도로 계산하면 (오리지널) 드라마 1~2편 정도의 (제작비) 규모”라며 “드라마는 확률 게임이다. 취향, 작품성을 타야 하는 것에 비해 스포츠는 로열티가 높다. 지금은 이용자들의 불만도 겪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달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691만 명이다. 티빙은 지난해 1년 동안 MAU가 6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스포츠 중계 효과를 본 것이다. KBO 개막날(3월23일) 티빙의 DAU(일간활성이용자수)는 151만 명(3월4일~3월8일 평균)에서 198만 명으로 늘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감소 기조는 넷플릭스도 피해갈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기존 작품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게 저렴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할리우드리포터는 지난달 22일 프로듀서 저드 아파토우(Judd Apatow)를 인용해 “넷플릭스가 HBO 프로그램을 라이선스할 수 있는 ‘무서운’ 이유는 ‘새로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냈다.
유건식 교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신규 가입자를 증가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OTT 플랫폼은 줄곧 오리지널 제작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의 성장을 보면서 미래의 ‘캐시카우’라고 판단해 자체 OTT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생각만큼 성장하지 않아 성장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주주 입김을 따르는 모습”이라고 했다.
오리지날 컨텐츠가 없다면 OTT라고 말할 수 있나?
고화질 VOD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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